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 마리나 반 주일렌 (2024)

평범함을 찬양하는 책을 읽었다. 평범하며 나만의 삶을 찬양하는 철학적인 글들이 내 이상과 결이 비슷하여 한 줄 한 줄 의미를 생각하면서 읽어 갔다. 마리나 반 주일렌의 책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책 제목에서 보는 것과 같이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는 책이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메세지는 "그만하면 괜찮다" 의 미학, 즉 지금 나의 평범한 이 삶이 아름답고 찬란하다는 것이다.

너무 높게도, 너무 낮게도 날지 말라 - 다이달로스

중용의 의미와도 상통하는 이 개념이 마음에 든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그만하면 괜찮다'는 마음을 그토록 복잡하고 무기력한 것으로 만들어버린 내면의 저항을 이해하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만족하지 못하고 공허함에 빠진 지독한 결핍과 불안은 다른 사람까지 위협하는 누를 범하는 것이 사실이라 한다. 그렇다고 절대 거기에 머무르며 이상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님을 주의해야한다. 많은 철학자와 문학 작품들 속 주인공들을 예로 들며 수많은 사상(반대 사상도 역시), 문학 작품 속 문장들로 저자의 논리에 힘을 더한다. 니체와 에머슨의 평범함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인정의 형태를 고려하지 않았음을 이야기하고(니체의 후반기 평범함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환영한다) 비트겐슈타인과 톨스토이의 평범함에 대한 사상, 윌리엄 제임스, 존 듀이, 제인 애덤스, 조지오월 같은 사상가와 작가들의 생각을 인용한다. 저자가 인용한 철학자, 소설 속의 한 문장 한 문장들이 지금 더 높이 더 많이 더 빨리를 외치며 '나'를 잃어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

평범한 삶, 그러니까 세상의 눈에 띠지 않는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고 한다. 승자만이 칭송 받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내 자신의 욕망의 근원을 어떻게 잘 살피고 또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함을 깨닫는다. 에마뉘엘 보보의 소설 <마음과 얼굴>에서 주인공 앙드레 푸아투가 사회적 성공 후 연회에서 소외 당하는 장면에서 사회적 성취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 즉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위해 탁월함에 도달했다는 자기 만족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말이 하나의 답이 되지 않을까. 나와 타인을 구별하여 나의 가치를 높이려 하지 말고 나만의 가치를 높이려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또한 타인의 신비, 즉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모든 이들을 존중할 줄 아는 너그러운 시선을 갖는 것 역시 필요하다. 타인의 인정에 집착하며 헤겔을 비난했던 쇼펜하우어의 모습이나 타인에게 너그러운 시선이 없었던 미켈란 젤로의 이야기가 저자의 이야기를 뒷받침 해준다. 비교에 의해 나의 우월감을 과시하려 하고, 그 자리에 가기 위해 타인을 경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우리네 모습을 닮아있다. 나와 타인을 평가하고 있는 모습에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들이었다.

"이 세상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드는 것은 살아 있는 존재를 대할 때 비인견적인 수식어로 그 존재를 평가하는 우리의 태도다"

책을 보며 조금더 인간자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직업, 역할, 지위에 상관없이 타인을 인간으로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그런 자세를 가지기 위해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탁월함과 평범함,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분하지 않는 예술의 형태, 더 나아가 그란 삶의 형태가 필요하다"는 독일의 극작가 제오르크 뷔히너의 말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나치게 보잘것 없는 사람도, 지나치게 추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마음이 함께 할 때 이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타인을 대하는 큰 마음이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할 테다. 품위 있는 사회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삶의 이상을 강요하지 않고 평범한 삶, 더 나아가 불안전한 것까지 존중하는 사회라는 조지 오웰의 생각에도 공감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성취를 굳이 드러내지 않고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보다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평범해 보이는 이들의 비범함이다. 타인의 평가에 얽매인 채 끝없이 괴로워하는 것이야말로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는 마음이 불러일으키는 지독한 불행이다.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등장했던 수많은 철학자, 작가들이 지양했던 평범함의 가치를 어느정도 이해했고 내 일상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열등감과 우월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를 잠시 돌아보기도 했다. 세상의 소음들로 여전히 쉽지는 않겠지만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많은 소설 속 주인공에 내 모습을 비춰보며 평범함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다. 그 동안 평범함을 비루하게 생각하고 나에게 너무 가혹하게 대했던 것은 아니였나 하는 생각도 한켠에 들었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내 삶 역시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 나를 잃지 않는 삶을 위하여!

# 좋은 문장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는 다만 바랄 뿐이다. 당신이 이 글을 읽는 동안 깨닫게 되기를. 평범하고 그만하면 괜찮은 삶이란, 헛된 야망의 실현이나 비겁한 타협이 아니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라는 것을. 떠들썩한 성공 뒤에 숨어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려는 의지라는 것을.p29

버지니아 울프는 우리에게 "어느 평범한 날, 어느 평범한 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40

쇼펜하우어는 "삶이란 욕망과 권태를 오가는 시계추일 뿐"이라고 말했다. p53

"의미 없는 삶이란 없으며 단지 그것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방식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우리가 삶 자체가 언제나 하찮고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p85

한 인간의 특성이 지난 상대적 가치를 인정해야 하고, 적어도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p10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에 등장하는 지니는 스스로에게는 관대하지만 타인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니는 스스로를 이렇게 설명한다. "내 안에는 수천 개의 모습이 있는 것 같아. 장난스럽기도 하고, 명랑하기도 하고, 나약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지. 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흘러가기도 하고, " p130

평범한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면 높은 것과 낮은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개 이런 태도에 반대했던 니체는 결국 비난과 부정적인 태도를 멈추고 눈앞에 있으나 숨겨져 있을지 모를 '좋음'이 찾아들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두자고 제안했다. p156

리처드 세넷은 그의 저서 「장인 The Craftman」에서 우월한 천재와 열등한 장인이라는 이분법을 해체했다. 그는 고귀함과 평범함 사이의 경계를 허물면서 일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고 세심하게 자신의 일에 정성을 다할 때, 손으로 하는 작업 역시 예술의 반열 에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p170

모든 품위 있는 삶에는 실패가 포함되어 있게 마련이다. 실제로 실패는, 아니 실패의 인정은 완벽주의가 불협화음의 아름다움을 방해하는 장애물일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p233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성취를 굳이 드러내지 않고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보다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평범해 보이는 이들의 비범함이다. 타인의 평가에 얽매인 채 끝없이 괴로워하는 것이야말로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는 마음이 불러일으키는 지독한 불행이다. p250

더 많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부추기고,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비난하고, '그렇게 될 수도 있었던 나'와 현재의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내면의 목소리는 삶을 피폐하게 한다. 살아보지 않은 삶을 향한 집착은 현재의 삶을 외면하게 한다. p325

그러나 이제는 열린 시선으로 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젊은 시절의 나를, 모든 일에 타협이란 없었던 나를 그렇게 혹독하게 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조지 엘리엇이나 비트겐슈타인이 보여준 것처럼, 젊은 시절의 금욕주의는 우리를 추동하는 힘이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선의 길로 우리를 인도할 수 있다. p338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 마리나 반 주일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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