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dit/레딧번역/공포소설] 집에 달린 문을 모두 제거해야 했던 이유 (2024)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당신의 집에 귀신이 씌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 존재는 문 반대편에 있어. 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단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해주곤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해주는 할머니의 말투는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슬픔이나 절망 같은 감정은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즐거움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할머니는 당신 집에 머무는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 그럴 때마다 할머니의 눈동자에서 그리움과 애정이 느껴졌다.

"할머니, 그럼 게네들은 나쁜 귀신이 아니에요?" 선악의 차이가 가지는 그 복잡함을 이해하기 어려운 나이였던 나는 이렇게 묻곤 했다.

"그렇단다, 아가. 그들은 절대로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

진심으로 할머니를 사랑했지만, 엄마의 반대로 할머니를 자주 찾아뵐 순 없었다. 엄마는 할머니 댁만 가면 불안한 기운을 느꼈다고 한다. 악의를 가득 지닌 정체 모를 무서운 존재가 그 집을 덮고 있다고 생각했다. 할머니 댁과 우리 집은 몇 시간 거리였고, 점점 나이 들고 노쇠한 할머니의 상태 탓에 만나기란 더 어려워지기만 했다. 그 크고 오래된 집에서 할머니 혼자 쓸쓸하게 지낼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지만, 정작 할머니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나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이가 떠난 후에도 우리는 사랑으로 묶여있단다."

할머니가 말하는 그 인물은 재혼했던 할아버지를 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당신의 곁을 지키는 존재가 여럿이라고 했다. 내 생각에는 할머니의 부모님과 형제자매도 있는 것 같았다. 할머니 시대에는 사람들이 집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사랑하는 가족과 마지막 순간을 나누고 자신의 침대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게 흔했던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많은 존재가 할머니 댁에 남아있는 것이리라.

시간이 흐르면서 할머니의 오래된 집에 관한 내 기억도 점차 옅어졌다. 나는 나대로 커가면서 적응하느라 정신없었고, 엄마 역시 당신이 자라온 어린 시절 집에 관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할머니는 향년 95세라는 나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당신 침대에서 평온하게 세상을 떠나셨다.

약 2주 후, 할머니의 유언과 유서가 도착했다. 그때 이미 나는 할머니를 못 뵌 지 몇 년이나 됐던지라 그 문서를 받았을 때 죄책감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전하는 말은 별로 없었지만, 할머니 소유였던 것은 전부 엄마에게 물려주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집만큼은 엄마가 아닌 내 앞으로 남기겠노라 적혀있었다.

마침 임신한 약혼녀와 갓 결혼했던 터라 우리에게 신혼집이 생기는 것만큼 완벽한 선물도 없었다.

미약하게나마 모아뒀던 돈으로 한 달여간 집을 수리한 끝에 입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릴 적 느꼈던 따뜻하지만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던 집은 어른이 된 지금 그저 차갑고 으스스한 집일 뿐이었다. 새로 들인 가구와 고친 골격에도 불구하고, 집은 시끄럽게 삐걱댔으며 문 너머에서는 알 수 없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곧 아내가 될 내 약혼녀 앨리스 역시 집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꼈고, 엄마는 여전히 오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리고 할머니 생전 이 집에 계실 때 아무 일이 없었던 것을 생각하며 우리 역시 함께 그릴 미래에 들떠 있었다.

그 집은 정말 이상적인 곳이었다. 주변을 감싼 푸른 들판과 우거진 숲 덕분에 아이를 키우기에도 완벽했다. 우리는 그 집에서 10년을 살면서 두 아이를 낳았다. 첫째는 아들로 알렉스라 불렀으며, 둘째는 어맨다라는 딸이었다. 입주하고 나서부터, 우리는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았다.

아아, 하지만 그것은 허락되지 않은 행복이었다. 2017년 9월 3일, 우리 가족은 집에 들어온 강도에 의해 몰살되고 말았다.

그날 밤에 일어난 일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이상한 소리와 함께 유리 깨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딱히 용감한 편이라고 말할 수 없었던 나였지만, 내 가족이 위험하다면 무슨 짓도 할 수 있었다. 알렉스의 10번째 생일에 주려고 미리 사두었던 야구방망이를 들고 어둠으로 향했다. 하지만 내가 모퉁이를 돌기도 전에, 나를 기습한 강도의 칼이 날카로운 통증을 주며 내 가슴에 박혔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숨이 안 쉬어졌고, 다리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내에게 강도가 들었다고 경고해서 아이들과 빨리 피신하기를 바랐지만 폐에 피가 차는 바람에 단어 하나도 제대로 뱉을 수 없었다.

나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바닥에 누워 아내가 힘겹게 두 강도에게 반항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아내를 여러 차례 찔렀고, 아내의 비명은 절규로, 피에 젖어 꼬르륵대는 소리로 이어지더니 곧 잠잠해졌다. 그리고 모든 게 깜깜해졌다...

내가 흘린 피가 흥건했기 때문일까, 그들은 내가 죽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내 가족을 몰살하기에 여념 없었던 그들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덕에 나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구급차에 실려 가는 동안 나는 깨어 있었고, 수술을 기다리는 동에도 가족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세 명 다 죽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살아있으리라는 그 작은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침입자들은 마약중독자였고, 돈이 될만한 물건을 훔치기 위해서 강도를 저지른 것이라고 했다. 범행을 저지르던 그 순간까지도 그들은 약에 취해있었고, 그래서 주변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전부 해친 것이란다. 그들은 체포되는 순간에도 경찰에 격렬하게 저항하다가 결국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했다.

그들의 침입에 대한 깔끔한 마무리도, 납득 가는 이유도 듣지 못했다. 왜 그들은 비어있는 이웃집이 아니라 우리 집을 선택했을까? 나는 이해할 수 있는 설명도, 정의도 얻지 못한 채 남겨졌다.

칼에 찔린 상처가 상당히 깊고 부분적으로 척추에 손상을 주는 바람에 다리 일부와 왼쪽 팔만 움직일 수 있었다. 비어있는 우리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까지는 아마 상당한 시간의 재활이 필요하리라.

물론 내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을 때까지 어머니가 함께 지내자고 제안을 해왔다. 이미 노쇠하셨으나, 여전히 당신의 아들을 돌보며 힘든 시기를 같이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좋은 뜻으로 제안했겠지만, 슬프게도 나는 세상을 떠나버린 가족과 유일한 연결고리가 되는 그 집을 떠날 수 없었다. 잔인할 정도로 짧은 삶이었지만, 그 기간만큼은 사랑했던 기억으로 가득한 집이었으니까.

그 집에서는 가족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지만, 아내와 쓰던 안방이나 아이들 방은 차마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안방에서 잘 수 없었던 나는 비극으로 더럽혀지지 않은 손님방에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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