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가이드로 살아남기9: Lovin your scene (2024)

'그' 센터장과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언젠가는 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이야 했지만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지.

"등급이 오른 건 언제부터였나."

"..."

"혼자 숨기기는 어려웠을 거고, 공범이 있었던 겐가."

바보 같이 흠칫해 버렸다. 그런 내 행동에 더욱 더 나를 미심쩍게 바라보며 턱을 만지작댄다. 그러면 뭐 어쩌실 건데요. 하나도 안 무섭거든?! 마음가짐과는 달리 손이 덜덜 떨렸다. 나, 생각보다 쫄보였구나.

"왜 숨긴 건지 말해주게. 이유를 알아야 도울 수 있으니."

"... 아시잖아요. 왜인지는."

"설마 제 팀이 좋아서라는 뻔한 이유는 아니겠지."

웃음 지으며 하는 말에 신경이 빡 곤두섰다. 그거 맞거든요? 센티넬에게 팀 가이드란 평생 사랑하고 지켜야 할 존재이고, 팀 가이드에게 센티넬들이란 또한 평생 사랑하며 케어해 주고 싶은 존재들인데. 누구보다 그걸 잘 알면서 저리 말하는 게 괘씸하고 얄미웠다.

"... 설마요, 제가 S급이 됐는데."

"그렇지? 우리 둘 밖에 없는 S급 가이드가 그런 고리타분한 말을 할 리가,"

"겸직하고 싶어요."

"뭐라고?"

"NCT팀이랑 NEO팀. 둘 다 하겠다고요."

내 폭탄선언에 센터장은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계속해서 되물었다. 겸직은 안된단 거 모르냐는 말에도 뻔뻔한 표정으로 앉아있으니 내 마음을 바꾸기 어렵단 걸 깨달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머리를 감싸며 오 주여...- 라고 읊조렸다.

"지금 김여주 양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진 알고 있나."

"네. 말 그대로 NCT팀 서브 가이드로 활동 하면서 NEO팀 메인 가이드를 하겠다는 말이죠."

"그럼 작전도 두 팀 다 따라다녀야 하고, 가이딩 소모량도 장난이 아닐 텐데..."

"S급이잖아요. 별일이야 있겠어요?"

"... 그거야 그런데 이제,"

"센터장님이 S급한테 얼-마나 지극정성이신지는 제가 잘 알죠. 그래서 이런 제안도 드릴 수 있는 거구요."

말을 끝낸 순간 서열이 완전히 뒤바뀐다. 이제 아시겠나요? 내가 갑, 그쪽이 을이란 거. 당당해진 내 표정에 센터장은 허둥대며 아이고 그렇지, 제안해 준 건 고마운데- 라며 내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센터장실에 불려올 때만 해도 심란하고 마음이 복잡했다. 결국은 들켰구나, 이렇게나 빨리. 그간 태일 오빠와 고군분투 해 온 시간이 통째로 날라가는 느낌이었다.

팀원들은 또 어떻고. 가이딩 후 돌아와서는 실은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며 그동안 숨겨왔던 얘기를 하자 내 한 마디 한 마디에 세상 망한 표정을 지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 숨겼냐는 원망도 살짝 섞인 얼굴들.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차피 이곳에 오기까지는 또 이제노의 도움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 저 그러면."

"..."

"저희 팀에 다시 들어오시는 건가요."

"다시라는 말은 빼죠. 기분 더러우니까."

"..."

은근히 기대하던 얼굴이 어찌나 얄밉던지. 복수심이 활활 타올랐다. 내가 그 팀에 들어가면 잘해줄 줄 아는 건가? 뭘 믿고. 어이가 없었다. 마주한 센터장은 팀에 가지는 애정을 하찮게나 보고. 이 사람들이 나를 정말 물로 보는 구나 싶었을 때쯤 생각이 든 거다. 절대로 져주지 않겠다고.

"팀 업무에 따라서 숙소도 왔다 갔다 할게요. 이것도 물론 제 선택이고요."

"여주양, 그러지 말고 다시 생각을 하면..."

"S급 가이드라 그런지 애정이 남다르네요. 뻔한 애정이었으면 버렸겠죠, 센터장님처럼."

내 말에 뼈가 있는 걸 알았는지 입을 꾹 다문다. 서브 가이드 해준다는 것도 많이 양보한 건데 알지도 못하면서. 실은 나도 안다. A급에겐 A급이 적합하다는 거. 잘못하다간 센티넬까지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거.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가는 이유는...

"누나. 난 누나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해."

"... 밉지도 않아?"

"내가 누나가 왜 미워. 내가 밉지."

"네가 뭘 했다고..."

"내가 S급이라면 누나가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그치?"

그렇게 말하며 쓰게 웃던 지성이의 얼굴이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눈을 질끈 감으며 입술을 짓씹던 정우도. 무력한 얼굴로 내 뒷모습만 바라보던 도영 오빠도. 지금쯤 내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나를 걱정하고 있을 태일 오빠도... 바보 같이 내 생각만 하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서 먼저 포기하면 안됐다.

"여주양도 알지 않나. A급 센티넬에게 S급은 가이딩은 독이라는 것을."

"..."

"다른 부탁이라면 다 들어줬겠지만, 이건 들어줄 수가 없네."

다른 부탁이었어도 안 들어줬을 거면서!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뱉지 못한 건 센터장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훈련생 때부터 지겨울 만큼 배웠다. 급에 맞지 않는 가이딩을 받으면 마약 중독과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능력은 위아래로 널뛰기를 하고, 몸이 점점 안 좋아지지만 가이드를 향한 집착은 더 세진다. 그러다 수치가 엉망이 되면... 폭주를 하게 된다. 그럴 경우 치사율은 99.9%. 한 번 망가진 몸을 되돌리기 힘든 것처럼, 한 번 망가진 체내 가이딩 패턴을 되돌리기란 기적에 가까웠다.

"제가 훈련하면 돼요."

"그건 수희도 못하는 일이야."

"정확히 말하면 '못' 하는 일이죠. 안 해봤으니까."

"..."

"제가 해볼게요. 잘 되면 더 좋은 일 아니에요?"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뒷일은 나도 모르겠고 당장은 허락을 받는 게 중요했다. 센터장의 참담한 얼굴을 보는 게 꼬시기도 했다. 혹시 알아? 내가 다른 급의 가이딩도 조절해서 하게 될 줄. 그렇다면 이건 S급을 넘어 SSS급 다운 능력이 되는 거였다. 생각해 보니까 주구장창 읽었던 센가물 중엔 이런 케이스도 꽤 있었던 것 같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무조건 되게 할게요."

"그래도..."

"안 되면, 깔끔하게 포기하고요."

"정말인가? 정말 그래 주겠나?"

"네. 그러니까 일단 시켜주세요."

갑자기 자신감이 불어나 모험을 강행했다. 당당하지만 단호한 말에 화색을 표한다. 저렇게 대놓고 좋아할 일인가... 순간 금쪽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게 얄미워 더 골려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맞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되는 거죠? 이제 그만 숙소로 가려고요."

"그, 일단은... 그런 걸로 알고 있겠네."

"문서 다 확인할 거니까 확실하게 해주세요."

"큼큼... 건강 잘 챙기고. 다음에 봅세."

어색하게 손을 흔드는 꼴을 보다 문을 쾅 닫았다. 하여간 센터장이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젓다가 숙소로 발을 향했다. 어쨌든 허락 받은 거니까, 팀원들도 좋아하겠지?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을 상상하다 나도 웃음이 나왔다. 진득하게 좋아하는 구나. 뭐 이런 애정 체감 나쁘지 않아- 올 때와 달리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룰루랄라 스텝을 밟아가며 본부동을 나섰다. 아 빨리 팀원들 보고 싶다.

-

띵동.

띵동띵동.

띵동띵동띵동.

띵,

부서져라 초인종을 눌러대다 벌컥 열리는 문에 행동을 멈췄다. 조금 짜증 난 것 같은 이제노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물어오는 말에 묵묵부답으로 있으니 위아래로 살펴보기 시작한다. 어쩐지 울 것 같은 얼굴, 아직도 훈련복 상태인 외양, 옷이 튀어나와 있는 캐리어까지. 누가 봐도 집 나온 사람인 모습에 얼떨떨하게 반응한다.

"어... 저기 혹시,"

"좀 들어갑시다. 추운데."

춥긴 개뿔 한여름 같은 날씨였지만 코를 훌쩍거리며 구라를 쳤다. 통했는지 아, 하며 비켜선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비집고 들어가 캐리어를 끌었다. 길고 큰 신발장에 드르륵드르륵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각자 방에 있던 팀원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니까 이게 무슨 일이냐면.

사건은 30분 전으로 되돌아간다.

센터장과의 대치 후 신나는 발걸음으로 숙소에 도착한 나는 예상외에 반응을 마주하게 된다.

"... 왜 말 안 했어?"

"아 그게, 팀원들이 너무 속상,"

"말했으면. 적어도 이렇게 갑작스럽진 않았을 거야."

오자마자 팀원들을 식탁으로 불러 모았다. 팀원들의 표정이 안 좋단 것도 알지 못한 채 해맑은 얼굴로 블라블라 떠들던 와중 이상함을 감지하고선 말을 멈췄다. 왜? 뭐 문제 있어? 어쨌든 문제를 해결하고 왔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물은 질문에 김정우가 보인 반응이 저거였다.

"너도 알잖아... 들키면 어떻게 되는지."

"최소한 같이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었잖아."

"형, 너무 몰아붙이지 마요. 누나도 놀랐을 텐데."

팀원들은 내가 뒤에서 산전수전 겪은 걸 모를 테니 그럴 만 한가 싶다가도 이해 못 해주는 게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어쨌든 제일 당황하고 놀란 건 난데. 어떻게든 극복해보겠다고 노력한 게 무색하게끔 원망스런 반응에 조금 당황해서 말을 하자 지성이가 그런 낌새를 눈치채고 김정우를 살짝 제지했다.

"아니야. 이번엔 여주가 잘못했어."

"오빠..."

"이런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팀원들이랑 상의했어야 해."

"내가 뒤에서 얼마나,"

"여주야. 우리가 그렇게 못미더웠어?"

믿었던 도영 오빠마저 내 편을 들지 않았다. 믿은 만큼 배신감이 들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사람을 힘 빠지게 한다. 팀원들을 믿지 못했다면 센터장과 굳이 굳이 힘든 협상을 하지도 않았을 거다. 미래를 약속할 정도로 믿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였는데.

"태일 오빠랑 상의해서 결정한 일이야. 당분간은 좀 지켜보면서 훈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고."

"그러니까. 태일 형은 주치의지 우리 팀도 아니잖아."

"... 뭐?"

"정우가 의심했을 때. 너 믿고 아니라고 생각했어. 문제 없다는 네 말만 믿었다고."

"..."

"팀원들은 아무도 몰랐어 여주야.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우습게 편 가르기를 하는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도영 오빠 이렇게 치졸한 사람이었어? 그동안 보지 못한 면모를 알게 되는 게 이런 식일 줄은 몰라 정신이 혼미해졌다. 띵한 관자놀이를 짚으며 한 명씩 천천히 얼굴을 바라봤다. 김정우, 김도영, 박지성. 내 시선에 움찔한 박지성은 아닌 척하지만 똑같이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이다. 그걸 확인하자 뭘 위해서 투쟁했나 싶어 기운이 쪽 빠졌다.

"... 알면?"

"뭐?"

"알면 뭐가 달라져?"

"달라지는 건 없어도,"

"팀원들이 알면. 내 등급이 갑자기 다시 A급이 돼? 아니면, 등급은 올랐지만 이 팀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어?"

"..."

"앞으로 내 가이딩 받으면 빈번하게 폭주할 수도 있는데, 그냥 나 혼자 편하자고 말하고 모두를 힘들게 해?"

"..."

"나도 당연히 말하고 싶었어. 겁도 많고 무서워서 너무너무 말하고 싶었다고. 태일 오빠가 막은 게 아니라 내가 결정한 거야. 어떻게든 조절해 보려고 했고 어떻게든 NEO팀 할 방법 찾으려고."

"... 여주야."

서운함이 폭발했다. 울컥하는 마음에 우다다 쏘아붙였다. 그 말이 홧김이 아니라 다 사실이란 사실에 더 슬퍼졌다. 뒤에서 개고생하면 뭐 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입술을 꾹 말고 눈을 질끈 감자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김정우가 그제서야 아차 싶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누나..."

"훈련이 어땠는지 알아? 거의 다 실패했어."

"..."

"가끔 성공할 때도 있었지. 그 상태로 가이딩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못해도 한 명은 폭주해. 죽는다고."

"..."

"근데도 나는 NEO팀 메인 가이드 하고 싶다고 했어. 내가 센터장실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왔는지 알기나 해?"

이번엔 내 쪽에서 원망이 터져 나왔다. 얼굴에 울음이 번지는 걸 느끼며 이를 꽉 깨물었다. 그러고도 턱이 달달 떨리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다들 뒤늦게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본 듯 아차 하는 얼굴이다. 아까는 분명 죽도록 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죽도록 미웠다. 숙연하게 있는 일동을 지나쳐 내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앉아 눈물을 닦으며 서러워하고 있는데 저 멀리 구석에 있는 캐리어가 눈에 띄었다. 크기도 대빵 큰 대형 캐리어였다. 언젠가 여행이 가고 싶다고 나직이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은 안되지만 나중에 꼭 가자며 박지성이 사준 거였다. 팀원들에겐 비밀이라며 내 것만 홀라당 사주었다. 그 뒤로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불쌍한 캐리어가 제 역할을 할 때가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래, 떠나자. 여행지가 없지 갈 데가 없냐.

행동은 생각보다 빨랐다. 이미 손에는 옷가지가 들려있었다. 캐리어를 열고 옷장에 있는 옷을 마구잡이로 쓸어 담았다. 화장대고 침대고 책상이고 캐리어에 들어가는 건 다 챙겼다. 터질 만큼 빵빵해진 걸 겨우 잠그고 방을 나섰다. 아까와 같은 위치 같은 자세로 있던 팀원들이 내 얼굴에서 아래로, 이내 캐리어로 시선을 고정했다.

"여주 누나...!"

단번에 캐리어의 용도를 깨달은 박지성이 애타는 목소리로 불렀다. 그 외 팀원들은 아직도 내 행동의 의미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별거 있나. 집 나가겠다는 거지.

"나갈 거니까 찾지 마."

"여주야."

"왜. 뭐. 내가 왜 여기 있어야 되는데."

"어디로 가려고 그래."

"어디든지 당신네들 없는 곳으로 갈 거니까 막기만 해봐."

김정우와 도영 오빠가 연달아 대답했다. 걱정스런 말투에 흠칫했으나 결심이 흔들리진 않았다. 없어 봐야 소중한 걸 알지 싶어 여전히 미웠고 야속했다.

"... 하. 진짜 안 막네."

"... 여주야,"

"늦었어. 완전히 탈락이야."

그래도 안 붙잡는 건 진짜 오바 아닌가. 내심 잡아주길 바랐던 기대가 처참히 식었다. 뭘 기대했나 싶어 쪽팔릴 지경이었다. 코웃음을 치며 현관문을 열어제꼈다. 아오씨 뒤지게 무겁네. 잘 들리지 않는 캐리어를 낑낑거리며 옮기니 뒤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게 느껴졌지만 다가오지 않을 걸 알아 도와달란 말도 안 했다.

겨우 현관문에서 캐리어 바퀴를 빼내고 닫히는 문을 바라봤다. 팀원들이 복잡한 얼굴로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더 바라볼 새도 없이 쾅 닫혔다. 정말로 숙소를 떠난다는 게 실감 나 기분이 이상했다. 한동안 발을 떼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시간 낭비란 생각이 들어 캐리어를 가지고 걸었다.

-

다시 돌아와서.

"어, 김여주?!"

"나 네 친구 아니거든?"

"... 자기도 반말하면서."

나를 보자마자 소리치는 이동혁에게 가자미눈을 하며 대꾸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건 가볍게 무시했다. 이 집도 오랜만이네. 겨우 이틀 있었던 거면서 내적 반가움이 어마어마했다. 정재현도, 이마크도 모두 놀란 얼굴이다.

"여긴 무슨 일로..."

"신세 좀 집시다."

"네?"

"들었으면서 못 들은 척은. 이 방 쓰면 되죠?"

예전에 썼던 방 앞에서 예의상 한 번 묻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오... 아직 다 그대로네? 당연히 다 치웠을 줄 알았던 물품들이 그대로 자리해 있었다. 꾸며놓은 건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 들어왔다고 놨던 침대, 화장대, 러그 같은 것들. 아무것도 없던 방에 10분 만에 가구를 설치할 수 있단 건 그때 처음 알았다. S급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다 되는구나. 약간의 현타를 느꼈던 일이기도 했다.

뭐 어때. 앞으로 한동안은 여기 있을 텐데 있으면 잘된 거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누워있던 침대 시트를 퍽퍽 쳤다. 이건 김정우 몫, 이건 도영 오빠 몫, 이건 박지성 몫. 그리고 이건... 태일 오빠 몫. 마지막으로 친 건지 아닌지도 모르게 살살 콩콩 두드리곤 손을 뗐다.

낮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오고 있는 연락을 다 무시 중이었다. 일도 바쁘다고 들었는데 연락은 왜 자꾸 하는 건지. 미안함 반 치사함 반이었다. 나를 위해 애써준 게 고마우면서도 결국은 들킨 것에 대한 원망이 섞여 마음이 복잡했다.

"나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정신이 점점 몽롱해졌다.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니 온몸이 저리고 쑤셔오기 시작했다. 일단 자고, 내일 다시 생각하자. 눈을 감는 동시에 암흑에 퐁당 빠졌다.

이소

sorry, 일하고 집오면 졸도하기 바쁩니다.. 좀만 기다려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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