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 채해병 사건 16, 17장 : 특검법 청문회가 보여준 것들 (2024)

채해병 사건

1장 : 갇혔다

2, 3장 : 취임 100일과 포항 '영웅'

4, 5장 : 해병대의 소원과 관리자형 군인의 출현

6, 7장 : 임성근의 '라이벌'과 '군대 정치'

8, 9장 : 박정훈 대령, 8.2. 분기점을 만들다

10, 11장 : '거부'된 적 없는 대통령의 나비효과

12, 13장 :박근혜를 몰락시킨 칼이 윤석열을 향하다

14, 15장 : 대통령은 왜 임성근을 지키려 용썼나

채 해병 특검법 청문회가 보여준 것

16장. 장면 셋

장면 1.

기사 - 채해병 사건 16, 17장 : 특검법 청문회가 보여준 것들 (1)

“절차대로, 법대로, 규정대로 진행되면 될 일입니다.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서 이 모든 것이 꼬이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고 지금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 박정훈 대령의 발언 中

장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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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은 현재 공수처에 고발돼 피고발인 신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에도 그 고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국회 증언 및 감정법 제3조,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근거해 법률상 보장된 근거에 따라서 증인 선서를 거부했습니다.”

- 이종섭 前 국방부 장관의 발언 中

장면 3.

기사 - 채해병 사건 16, 17장 : 특검법 청문회가 보여준 것들 (3)

출처-<SBS>

“임성근 증인께 짧게 몇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대통령하고 친분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없습니다.”

“김건희 여사하고는 친분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김건희 여사와 본인 부인과는 어떤 관계입니까?”

“관계 없습니다.”

“천공은 잘 알고 있습니까?”

“모릅니다.”

“그러면 이렇게 정권 차원에서 임성근 사단장을 지키려고 하는 이유가 없는데 이 점이 전 국민적 미스터리예요.”

- 정청래 법사위원장과 임성근 前 사단장의

질의응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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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6월 21일 국회 법사위 채 해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박정훈 대령과 전현희 의원이 나눴던 가슴 울리는 이야기도, 이시원 前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임기훈 前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의 뻔뻔함도, 선서 거부에 흥분하는 김승원 의원의 빨갛게 타오른 얼굴도, 정신과 약에 취해 어눌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말을 끝까지 맺은 이용민 前 대대장의 모습도, 그리고 ‘의미 없는’ 다툼과 공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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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청문회에서 누가 함정을 팠네, 누가 함정에 걸려들었네, 선서를 거부한 세 사람이 뻔뻔하다, 바둑판식 수색을 명령했느냐, 물속에 들어가게 했느냐 등등의 질문과 답변은 큰 틀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법사위 위원들에 대한 폄훼가 아니다. 이미, 사건의 진상은90% 이상 드러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이제는 ‘대통령’이라는 마지막 퍼즐이 확실하게 끼워 맞춰지느냐가 사건 완성의 핵심이 되었다. 채 해병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진 데에는 채 해병이 순직한 그 사건보다 그 이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훨씬 큰 영향을 끼쳤다. 전체적인 사건 맥락에서 임성근 사단장이 물속에 들어가서 수색하라고 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이미 부차적인 문제가 됐다.

지금까지 나온 증거와 증언들로만 봐도 이미 진실은가려졌다고 본다. 통화 내역이 나온 이후 ‘합리적 추정’을 할 수 있는 판이 깔리면서, 대통령과 대통령의 사람들이 말하는 ‘방어 논리’가 논파됐다. 한 번 깨진 거울을 다시 붙일 수 없듯, 이제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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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청문회에서 주목해야 하는 건, 위의 세 장면이다.

첫 장면에서 박정훈 대령은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서 이 모든 것이 꼬이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고 지금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박정훈 대령이 ‘집단항명수괴죄’로 11개월째 고초를 당하고 있는 걸 감안하더라도 이 발언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 말을 한마디로 바꾼다면,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은 상실됐다."

라고 요약할 수 있다. 입법청문회에 나온 영관급 장교가 대통령을 범인으로 지목한 거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걸 대부분의 국민이 알고 있다는 거다. 이미 실체적 진실은 나와 있고, 그에 맞춰서 증거들을 찾고, 사건을 재구성해 나가는 단계이다. 만약 이를 반박할 뭔가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대통령이 이 모든 사태의 중심이라는 심증은 확증으로 변해가고 있다.

일개 대령이(박정훈 대령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국회에 나와 대통령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상황. 이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법사위 위원들의 모습에 어떤 이질감도 느끼지 못하는 국민들. 이게 지금 대통령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 3>의 모습.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임성근 사단장에게 물었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가? 영부인과 친분이 있는가? 영부인과 사단장의 부인은 친분이 있는가? 천공을 알고 있는가?’

이 질문의 함의는,

“대통령과 영부인은 구명 청탁을 하면 들어줄 사람이다.”

“무속인을 통하면 구명 청탁을 할 수 있다.”

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놀라운 건 이런 질문의 전제를 대다수 국민과 법사위 위원들이 공유하고, 납득한다는 거다.

즉, 대통령과 영부인의 성정에 대한 ‘공감대’가 국민들 사이에 통용되고 있는 것. 국민들은 이미 ‘명품백’의 전달 영상을 통해서도 이런 성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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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서울의소리>

또한 (임성근과 신범철을 포함하여) 이종섭 前 장관의 증인 선서 거부는, 이들도 이 사건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는 해결할 수는 없고, 최대한 법리적으로라도 수습(방어)할 뿐이라는 것을 전 국민에게 보여준 셈이 되었다.

기사 - 채해병 사건 16, 17장 : 특검법 청문회가 보여준 것들 (11)

출처-<연합뉴스>

야당이 주도한 입법청문회. 분명한 건,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국민의힘 위원들의 불참이패착이었다는 거다. 민주당과의 전략 싸움에서 대패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국회 일정에 참여했을 경우, 시간을 끌든 깽판을 치든,청문회를 물리적으로 비토하거나 방해할 방법을 강구할 수 있었을 거다. 한발 더 나아가 증인들의 참석을 거부하는 방법도 시도해 볼 수 있었을 거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은 정쟁에만 매몰되어 이 정도의 계산조차도 생각을 못 하거나 혹은 실행하지 못하는 상황인 듯하다. 결과적으로, 증인으로 온 이들을 방어해 줄 국민의힘 의원들이 부재하여, 이들은 발가벗겨진 채 국민에게 속살을 보여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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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신범철의 발언,

“회수 관련으로 대통령과 통화”

했다는 실언... 아니, 실언을 가장한 자기 도피 같은 발언들은 대통령을 좀 더 타이트하게 압박할 수는 있겠지만, 이건 심증으로 알고 있는 사건의 얼개를 물증으로 확인해 주는 정도일 뿐이다. 이미 대통령은 심리적으로 ‘탄핵’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여당 입장에서 방어를 하려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처럼 어떤 핑계를 대든 참석하지 않거나 화상으로 돌려서 직접 청문회장으로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 사실상 초보적인 정치 꼼수(?)임에도 이러지 못했던 걸 보면, 대통령실 정무 라인이 이 사건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실력이 없는 건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건지 둘 중 하나다.

하긴 대통령실의 정무 라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 이 사건은 여기까지 왔을 리가 없다. 털 수 있었고, 해결할 수 있었던 기회는 무수히 많았다. 진실 게임을 하기 위해 타임라인을 정리하기 이전에 정무적으로 먼저 조율했을 거다.

이미 대통령실과 핵심 관계자들의 방어논리는 하나씩 논파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애처로운 방어논리. 즉, ‘바보’가 되는 수순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많은 공직자들이 마지막 순간에는 몰랐고, 기억이 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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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관료화된 장성과 공감대

이런 논리적인 계산 말고, 선서 거부를 보며 느낀 개인적인 감정은,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국방의 최고 책임을 맡겼다.”

는 비애감이었다. 무려 국방부 장관, 차관, 사단장이다. 우리나라 국방 책임자 중에서도 ‘최고 오브 최고’의 자리다.

군인이라는 자리는 ‘물리적인’ 목숨을 거는 자리이다. 죽음을 명령하는 자리이기에 지휘관에 대한 존경이나 최소한의 리더십, 그리고 그 목숨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자리이다. 어깨의 견장이 가지는 무거움이다. 임성근 前 사단장이 말하지 않았나?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

기사 - 채해병 사건 16, 17장 : 특검법 청문회가 보여준 것들 (15)

출처-<JTBC>

맞는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휘관은 전시에 부하들에게 죽음을 명령할 수도 없거니와 그 명령을 받은 부하들이 제대로 명령을 수행하지도 않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죽음을 각오하는 때이다.‘국가 위급사태’라는 게다.

채 해병이 재난지역에서 생명을 구하는 임무를 맡거나, 국가를 방위하는 임무에 투입된 게 아니지 않은가? 부하들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지휘관은목숨을 걸 때도 때와 장소를 고민해야 한다. 그게 지휘관이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우리는 군인이 아닌 ‘노회한 관료’들을 보게 됐다. 영관급들은 저마다 소신을 가지고 불의에 맞서 싸우거나, 자신의 책무를 다했다. 박정훈 대령은 11개월간 격리 아닌 격리를 당하고 있는 상태이고, 채 해병 직속 대대장이었던 이용민 중령 또한 7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조직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는 데다 이미 한 번 극단적 선택에 대한 각오까지 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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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우리가 알고 있는 ‘군인’의 모습을 보여준 영관급들과 다르게 국방의 최고 책임자들은 관료가 돼 있었다. 더 놀라운 건 대통령의 전화 직후, 수십 통이 넘는 통화가 우리나라 안보 관련 최고 의사결정권자들 사이에서 오갔다는 거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수십 통의 통화 내역을 보며 허탈해 진 게,

“우리 지금 전쟁 난 건가?”

싶다.

대통령, 국가안보실, 공직기강 비서관실, 행안부장관, 국정원, 대통령실, 국방부장관, 해병대 사령부, 국방부차관, 경호처장 등등 그 면면만 살펴보면,

“이건 전쟁이다.”

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기사 - 채해병 사건 16, 17장 : 특검법 청문회가 보여준 것들 (17)

출처-<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실>

국가에 주요한 재난이나 전쟁에 준하는 위기가 등장한 게 아닌데, 국가 주요 안보기구들이 모두 튀어나와 하나의 목표. 그러니까 채 해병 사건 기록 회수를 위해 움직였다는 걸 보면서 어떤 비감함이 들었다.

박정훈 대령의 표현대로,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서 이 모든 것이 꼬이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됐다.”

우리나라 국가 안보 라인이 모두 ‘X신’이 된 거다. 이 통화를 주고받은 이들도 이런 생각을 했을 거다. 그리고 이 생각들은 공직 사회 전체에 퍼져 나갔을 거고, 공유됐을 거다.

“대통령이 나라를 산으로 끌고 간다.”

부지불식간에 그냥 넘어갔지만, 입법청문회장에서 나온 발언들을 살펴보면, 이미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은 상실됐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총선 전까지만 하더라도 반등의 기회도, 회생의 기회도 있었지만, 이제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보수도 대통령을 포기하고, 차기를 생각한다는 말이 들리고 있다. 임기를 3년 앞둔 대통령 앞에서 개헌과 임기 단축, 탄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권력이 정점을 찍을 때가 임기 2년 차라는데, 대통령은 임기 2년 차에 해병대 병사 사망 사건에 붙잡혀 있었다. 자신의 절대적인 힘을 이 사건에 쏟아부었던 거다.

임기 3년 차로 향해가는 지금, 국민들도, 정치인들도, 관료들도...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반문하고 있다.

이번 입법 청문회의 핵심은, 대통령에 대한 ‘불신의 공감대’가 확인됐다는 거다. 그 어떤 언론에서도, 심지어 보수지들조차 정청래 의원의 질문과 박정훈 대령의 '발언'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태도의 문제로 몰고 갈 뿐이다. 이 광범위한 공감대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미 대통령은 ‘그런 사람’이라는 전제를 모두 공감하고, 인정한다는 거다.

재미난 사실은 대통령 임기 2년 차임에도 우리는 대통령의 ‘공적’, 그러니까, 정권이 내놓은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캐치프레이즈라도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그나마 기억하는 건 간간히 들리는 ‘마약과의 전쟁’ 정도가 고작이다.

일본과의 셔틀 외교는 오므라이스와 맥주로만 기억하고 있고, 정상 외교에서는 기본적인 의전도 이행하지 못하는 망신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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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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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동선조차 숙지하지 못하고

영국 총리 관저 패싱

유치하리라 자신했던 부산 엑스포 유치는 큰 격차로 실패했고, 잼버리는 악몽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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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엑스포 유치 투표 결과

출처-<전국매일신문>

기사 - 채해병 사건 16, 17장 : 특검법 청문회가 보여준 것들 (21)

실신한 잼버리 참가 학생에게

24시간 동안 제공한 음식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대통령에 대한 기억 중 대부분은 ‘망신’, ‘외교 결례’, ‘실패’ 그리고 ‘술’이었다.

그리고 깨닫게 됐다.

대통령이 왜 이러는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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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Reed Wilderman

Birthday: 1992-06-14

Address: 998 Estell Village, Lake Oscarberg, SD 48713-6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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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Technology 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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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My name is Reed Wilderman, I am a faithful, bright, lucky, adventurous, lively, rich, vast person who loves writing and wants to share my knowledge and understanding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