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제주 한 바퀴] #1일차 제주공항 ~ 신엄리 제주 환상 자전거길 걷기 (2024)

제주

[걸어서 제주 한 바퀴] #1일차 제주공항 ~ 신엄리 제주 환상 자전거길 걷기

2024. 6. 25. 22:54

URL 복사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신고하기

부산 갈맷길 20km를 걸은 후, 제주도 한 바퀴 걷기에 도전할지 수없이 고민했다.

매일 밤, 선험자들의 경험담을 찾아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를 이리저리 배회했다. 28년 인생 데이터 상으로는 할까 말까 할 때엔 그냥 하는 게 나에겐 나은 선택이었던 적이 많았음을 떠올리며 결국엔 제주행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원래는 제주도를 걸으며 하루하루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게 목표였는데 첫날부터 보란 듯이 실패!^^ 다녀온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서야 포스팅할 마음이 생겨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렇다. 지금은 '걸어서 제주도 한 바퀴' 프로젝트가 끝난 상태이다. (성공 여부는 아직 비밀)

미리 말하자면 정말 힘들었다. 하루하루 발에 생긴 물집 때문에 고통받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싸워가며 하루살이처럼 살았다. 그때 당시에는 얼른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바닥난 체력으로 숙소에 들어가면 성취감을 만끽하기보단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는데 역설적이게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련하고 그리워진다. 하다못해 다시 돌아가고 싶다. 아름다웠던 제주, 생소했던 풍경들, 지나가다 본 사람들, 고양이들, 나무들...

그저 기억으로 추억하기엔 너무 값진 경험이었다. 그래서 다시 포스팅을 시작해 본다.

고통은 거름망에 걸러져 좋았던 기억만 남겨진 제주 한 바퀴의 경험을 하루하루 추억하고 반추하며 그때로 잠시나마 돌아가 보려 한다.

2024. 05. 22. 걸어서 제주 한 바퀴 1일차

제주 환상 자전거길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제주도 올레길 코스와 제주 환상 자전거길 코스.

등산에 취미가 없기도 하고 거리로 치면 거의 국토 대장정 급인 제주 올레길 코스는 끌리지 않았다.

우리는 비교적 평지이며 해안선을 잇는 제주 환상 자전거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원래 자전거로 다니면 짧게는 2-3일 만에 돌 수 있는 코스였다. 하지만 두 다리로 걷는다면 적어도 7-8일 정도 걸린다. (7일이면 빠른 편이라는 생각.. 거의 하루에 30km 이상 걸어야 가능...)

김해공항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마음의 준비 중 ㅎㅎ 이때만 해도 내가 제주도를 가다니~ 하는 관광객 마인드였다ㅎ

앞으로의 고난은 모르고 마냥 해맑고 설레기만 했었지...

제주 공항 도착 -!

제주 공항 도착-! 일기 예보에서는 제주도가 맑다고 하길래 걸을 때 너무 더우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도 흐린 하늘 ... ㅎ

맑은 제주가 예쁘긴 하지만 걷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다.

등딱지 같은 배낭을 메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저 배낭에 세면도구, 3벌 정도의 옷과 양말, 비상식량, 휴대용 세탁기까지 내 의식주를 책임질 모든 것들이 들어있다. 집을 지고 다니는 달팽이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스탬프 종이와 환상 자전거길 표지판

제주 공항 관광안내센터에서 받은 스탬프 종이ㅎㅎ

스탬프를 찍으며 돌아야 한다. 10개의 스탬프를 찍으면 제주도 한 바퀴를 완주하게 되는 것이다.

스탬프를 쾅쾅 찍을 때마다 느껴지는 뿌듯함은 소소한 힐링이었다.

오늘의 목표는 신엄리! 내일쯤 되어야 용두암 인증센터에서 첫 스탬프를 찍게 된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은 표지판뿐만 아니라 이렇게 파란 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래서 지도를 볼 일은 별로 없다.

넓은 제주도에 파란 선이 한 바퀴 쭈욱 이어져 있다는 게 넘 신기하다.

이호 테우 해변 도착

쭉 걷다 보면 이호테우 해변이 나온다. 예전에 여행하면서도 잠시 들렀던 해변이었다.

해안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예전에 가봤던 해수욕장이나 관광지를 만나게 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넘 신기하고 반가웠다.

멋진 현무암

제주도 하면 현무암, 현무암 하면 제주도 아니겠는가? 시커먼 바위와 파란 바다의 조합은 제주도 그 잡채!

하지만 이날은 흐린 하늘 탓인지 현무암이 더더욱 까맣게 느껴졌고 이질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화산이 폭발하며 용암이 흐르는 모양 그대로 굳어진 듯한 현무암이 더욱 웅장했고 멋들어졌다.

바다에 사는 이무기를 만난 느낌!!

걷다가 걷다가 걷다 보면 바라던 애월읍이 기다리고 있다.

풍선풍선해 제주💕

지나가다 봤던 귀여운 문구 ㅎㅎ 제주도 사랑해-!!

놀랍지만 같은 날입니다.

​중간에는 빗방울이 거세져서 판초 우비까지 쓰고 걸었는데 어느새 햇볕이 들었다. 알다가도 모를 변화무쌍한 제주도.

비가 오고 영영 그치지 않을 것 같아도 어느샌가 구름은 걷히고 햇빛이 비친다. 이것이 인생이지 암암.

신나서 한 컷

안 타려고 중무장을 했다. 살안타템 full 장착

강한 제주 햇볕에 지지 않으려고 썬크림도 열심히 바르고 피부란 피부는 다 가렸는데도 결국엔 탔다.

한낱 실오라기가 자연을 이길 순 없는 것이었다.

햇빛에 눈갱 당하기 십상이므로 ●제주 한 바퀴 걸으실 분은 선글라스 꼭꼭 챙기세요-!

월드 아이돌 그룹 위너가 극찬한 맛집

의외의 곳에서 의외의 인물들을 만남ㅎ

통갈치문어와 위너의 조합이라... 가슴이 웅장해진다ㅎㅎ

시간이 있었다면 무조건 먹어봤을 거다.

하지만 뚜벅이들에게는 시간이 없다. 해지고 걷기 싫으면 부지런히 걷자-!

편의점도 예쁘다니 반칙이다.

걷다 보면 머무르고 싶은 곳이 많은데 대부분 지나쳐 간다.

길 위에서 만난 요 이자카야도 너무 가보고 싶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나자!

중간 점검! 11.93km

사실 이때쯤은 15km 정도는 걸었을 시점이다. 계속 애플워치 누르는 걸 깜빡하고 몇 km는 날려 먹었다.

하루의 끝에 총 km 수는 성적표와도 같은데... 빼먹을 때마다 속상쓰😂

넘넘 맘에 들었던 사진 ㅎㅎ 혼자 휴대폰 세워 놓고 찍은 사진인데 제법 잘 나왔다.

배낭여행 가시는 분들, 배낭은 꼭 등산용으로 준비하셔요! 걷다 보면 배낭 기능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더라구요.. ㅎ

바위 틈에서 식빵 굽던 고양이 ㅎㅎ

제주도 곳곳에 흩뿌려져 있던 고양이들... 고난길에 큰 힘이 되었다. 귀여운 게 최고야.

비현실적으로 예뻤던 순간

첫날부터 너무 아름다운 순간을 맞았다.

비온 뒤 구름 틈 사이로 뻗어져 나오는 햇빛의 광경은 비현실적이었다.

이 순간에는 힘든 것도 잊고 생각했다. '제주도에 오길 잘했다!'

제주도는 너무 아름답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며 걷다 보니 오늘 목표치 끝!

마지막엔 힘들어서 저녁 메뉴 고를 힘도 없었다.

숙소 주변에 치킨집이 있어 바로 저녁 메뉴는 치킨으로 픽

아직 20km도 안 걸었는데 이렇게 힘들다니... 눈앞이 캄캄했다. 첫날은 그래도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진 않았다.

아직 체력이 남아있기도 했고 첫날 코스는 나름 다채롭고 예뻤기 때문...

날이 갈수록 바닥나는 체력과 끝도 없이 이어진 자동차 길은 점점 우리를 힘들게 했다... ㅎ

치킨을 먹고 천근만근한 다리로 힘겹게 숙소로 향했다.

제주 한 바퀴를 걷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최대한 싼 숙소를 예약했다.

숙소를 고르는 기준은 3가지다. 가격, 청결, 리뷰!

이 세 가지 기준으로 날마다 가성비 갑인 숙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걸어서 제주 한 바퀴'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은 앞으로 소개할 숙소, 로컬 식당을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날은 '꿈의 바다'라는 곳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허름한 건물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제법 깔끔하고 쾌적했다.

첫날의 성취를 만끽할 새도 없이 녹초가 된 나는 잠에 들었고 아침은 어느 때보다 빨리 찾아왔다.

이상 걸어서 제주 한 바퀴 첫째 날의 기록 끝-!

첫째 날 세 줄 요약

1. 제주도에 걸으러 왔다.

2. 18km도 힘든데 30km는 어떻게?

3. 그래도 제주도는 아름답다.

공감이 글에 공감한 블로거 열고 닫기

댓글6새 댓글 이 글에 댓글 단 블로거 열고 닫기

인쇄

[걸어서 제주 한 바퀴] #1일차 제주공항 ~ 신엄리 제주 환상 자전거길 걷기 (2024)

References

Top Articles
Latest Posts
Article information

Author: Pres. Lawanda Wiegand

Last Updated:

Views: 5916

Rating: 4 / 5 (71 voted)

Reviews: 94% of readers found this page helpful

Author information

Name: Pres. Lawanda Wiegand

Birthday: 1993-01-10

Address: Suite 391 6963 Ullrich Shore, Bellefort, WI 01350-7893

Phone: +6806610432415

Job: Dynamic Manufacturing Assistant

Hobby: amateur radio, Taekwondo, Wood carving, Parkour, Skateboarding, Running, Rafting

Introduction: My name is Pres. Lawanda Wiegand, I am a inquisitive, helpful, glamorous, cheerful, open, clever, innocent person who loves writing and wants to share my knowledge and understanding with you.